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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본 책

[책 추천&리뷰]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by 하프스텝 2020. 8. 19.

1. 책을 구매한 이유

달력의 절기로는 분명히 봄이건만, 용산역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무더운 여름같은 날씨였다.

약속시간까지 어느정도 여유가 남아있었던 덕분이 조금은 이유있는 여유라 생각하며 영풍문고를 들어갔고,

거기서 책 표지의 색감과 서체, 그리고 추가로 주는 작은 메모장을 보고 무심결에 집어들게 되었다.

책은 메모장과 함께 비닐 밀봉형태였기 때문에 구매해서 읽기 전까지는 아무런 정보를 알 수 없었다.

2. 목차와 전개

목차의 진행 순서는

큰 7개의 장과 2개 의 소분류, 그리고 분류별 약 4가지 형태의 소제목을 가지고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방식이었다.

 

1장 밥벌이

생업 - 먹고사는 일이 서러워질 때

노동 - 소금이 녹아 눈물이 될 때

2장 돌봄

아이 - 너를 돌보며 내가 자랐단다

부모 -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리며

3장 건강

몸 - 잘먹고 잘사는 법

마음 -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마음

4장 배움

교육 -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

공부 - 어른, 이제 진짜 공부할 때

5장 사랑

열애 - 사랑때문에 살고 사랑 때문에 죽을 듯한

동행 - 바람에 깍여 얻게 된 깊이

6장 관계

인사이더 - 나도 그들이 되고 싶다

아웃사이더 - 바깥에 길이 있다

7장 소유

가진 것 - 얼마나 더 가져야 채워질까

잃은 것 - 상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책을 자주 찾아보진 못했던 것 같다. 마치 라디오에서나 혹은 티비 문학강연등에서 하듯이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적절한 시와 관련된 글을 가지고 문학적인 설명과 나의 현실을 비교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 감상

나는 이 책을 2번에 걸쳐 완독하게 되었다.

보통 책을 펼치게 되면 400쪽 이하의 책은 한번에 완독하는 성향으로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 책은 날 그렇지 못하게 했던것 같다.

처음 책을 읽은 날은 4장의 배움까지 읽게 되었고, 마침 어제 날짜로 최종 7장까지 완독을 하게 되었다.

처음 4장까지 읽게 된 이유는, 앞서 설명한 목차의 중간중간에 새로운 형식의 단락이 있어서 였던것 같다.

최근 서점에서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집도 많이 인기가 있는지라 나도 몇권의 시집을 읽고 하였지만 이렇게 설명을 들은적이 없었을까 라는 생각과 무엇보다 그 중간에 있다는 단락은 앞선 목차와 달리 아래와 같은 형식들이다.

혼자산지 12년에 접어들고, 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던 30대 초반의 타향살이 남성이 밤 11시의 분위기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 진도가 나갈 수 없도록 만드는 최고의 타이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이 책은 충실하다.

표지에 적혀있던 모든 내용과, 목차에 나와있던 순서대로 돈을벌고, 힘이들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들의 마지막까지 어떤 글이 적절한지 훌륭하게 설명해 준다.

나는 시를 잘 몰랐지만 이 책에서 운용된 시들은 기회가 된다면 찾아보고 조금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읽었던 단락중 마음에 오던 시 중 하나는

김혜수의 행복을 비는 타자의 새벽 - 성미정

잠에서 깨버린 새벽 다시 잠이 오지않아

뒤척이다가 생뚱맞게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건 인터넷 메인 뉴스를 도배한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설 때문만은 아닌거지

김혜수와 나 사이의 공통분모라곤

김혜수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신혼초 살던 강남 언덕배기 모 아파타의

주민들이었다는 것

같은 사십대라는 것

누구누구처럼 이대나온 여자가

아니라는 것 정도지만

김혜수도 오늘밤은 유해진과 기자회겨

사이에서 고뇌하며 나처럼 새벽녘까지

뒤척이는 존재인 거지 그래도 이 새벽에

내가 주제높게 나보다 몇 배는 예쁘고

돈도 많은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속내를 굳이 밝히자면

잠 못 이루는 밤이 점점 늘어만 가고

오늘처럼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도

남아도는데 몽롱한 머리로 아무리

풀어봐도 뾰족한 답이 없는 우리 집

재정 상태를 고민하느라 밤을 새느니

타자의 행복이라도 빌어주는 편이

맘 편하게 다시 잠드는 방법이란 걸

그래야 가난한 식구들 아침상이라도

차려줄 수 있다는 걸 햇수 묵어

유해진 타짜인 내가 감 잡은 거지

오늘 새벽은 김혜수지만 내일은 김혜자

내일모레는 김혜순이 될 수도 있는

이 쟁쟁한 타자들은 알량한 패만

들고있는 나와는 외사돈의 팔촌도 아니지만

그들의 행복이 촌수만큼이나 아득한 길을

돌고 돌아 어느 세월에 내게도 연결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사실 나는 이 꼭두새벽에

생판 모르는 타자의 행복을 응원하는

속없는 푼수 행세를 하며 정화수 떠놓고

새벽기도 하는 심정으로 나의 숙면과

세 식구의 행복을 간절히 빌고 비는

사십년 묵은 노력한 타짜인 거지

-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문학동네,2011)-

이 책을 읽으며 소개된 모든 시와 인용문은 적절했고 나에게도 절실히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위의 시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던건 입에 버릇처럼 달고살던 "연예인 걱정을 니가 왜 하냐"라는 말을 내 뱉던 나의 입때문이 아니었을까.

4. 총평

나는 이 책을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한번씩은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책의 레몬색에 가까운 밝은 노란색처럼, 또 펼쳐보면 알 수 있을 따뜻한 색감의 글과 종이들이 바쁜 일상에 따뜻한 울림을 전해줄 것 같다.

추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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