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구매한 이유
달력의 절기로는 분명히 봄이건만, 용산역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무더운 여름같은 날씨였다.
약속시간까지 어느정도 여유가 남아있었던 덕분이 조금은 이유있는 여유라 생각하며 영풍문고를 들어갔고,
거기서 책 표지의 색감과 서체, 그리고 추가로 주는 작은 메모장을 보고 무심결에 집어들게 되었다.
책은 메모장과 함께 비닐 밀봉형태였기 때문에 구매해서 읽기 전까지는 아무런 정보를 알 수 없었다.
2. 목차와 전개
목차의 진행 순서는
큰 7개의 장과 2개 의 소분류, 그리고 분류별 약 4가지 형태의 소제목을 가지고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방식이었다.
1장 밥벌이
생업 - 먹고사는 일이 서러워질 때
노동 - 소금이 녹아 눈물이 될 때
2장 돌봄
아이 - 너를 돌보며 내가 자랐단다
부모 -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리며
3장 건강
몸 - 잘먹고 잘사는 법
마음 -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마음
4장 배움
교육 -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
공부 - 어른, 이제 진짜 공부할 때
5장 사랑
열애 - 사랑때문에 살고 사랑 때문에 죽을 듯한
동행 - 바람에 깍여 얻게 된 깊이
6장 관계
인사이더 - 나도 그들이 되고 싶다
아웃사이더 - 바깥에 길이 있다
7장 소유
가진 것 - 얼마나 더 가져야 채워질까
잃은 것 - 상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책을 자주 찾아보진 못했던 것 같다. 마치 라디오에서나 혹은 티비 문학강연등에서 하듯이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적절한 시와 관련된 글을 가지고 문학적인 설명과 나의 현실을 비교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 감상
나는 이 책을 2번에 걸쳐 완독하게 되었다.
보통 책을 펼치게 되면 400쪽 이하의 책은 한번에 완독하는 성향으로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 책은 날 그렇지 못하게 했던것 같다.
처음 책을 읽은 날은 4장의 배움까지 읽게 되었고, 마침 어제 날짜로 최종 7장까지 완독을 하게 되었다.
처음 4장까지 읽게 된 이유는, 앞서 설명한 목차의 중간중간에 새로운 형식의 단락이 있어서 였던것 같다.
최근 서점에서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집도 많이 인기가 있는지라 나도 몇권의 시집을 읽고 하였지만 이렇게 설명을 들은적이 없었을까 라는 생각과 무엇보다 그 중간에 있다는 단락은 앞선 목차와 달리 아래와 같은 형식들이다.
혼자산지 12년에 접어들고, 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던 30대 초반의 타향살이 남성이 밤 11시의 분위기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 진도가 나갈 수 없도록 만드는 최고의 타이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이 책은 충실하다.
표지에 적혀있던 모든 내용과, 목차에 나와있던 순서대로 돈을벌고, 힘이들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들의 마지막까지 어떤 글이 적절한지 훌륭하게 설명해 준다.
나는 시를 잘 몰랐지만 이 책에서 운용된 시들은 기회가 된다면 찾아보고 조금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읽었던 단락중 마음에 오던 시 중 하나는
김혜수의 행복을 비는 타자의 새벽 - 성미정
잠에서 깨버린 새벽 다시 잠이 오지않아
뒤척이다가 생뚱맞게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건 인터넷 메인 뉴스를 도배한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설 때문만은 아닌거지
김혜수와 나 사이의 공통분모라곤
김혜수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신혼초 살던 강남 언덕배기 모 아파타의
주민들이었다는 것
같은 사십대라는 것
누구누구처럼 이대나온 여자가
아니라는 것 정도지만
김혜수도 오늘밤은 유해진과 기자회겨
사이에서 고뇌하며 나처럼 새벽녘까지
뒤척이는 존재인 거지 그래도 이 새벽에
내가 주제높게 나보다 몇 배는 예쁘고
돈도 많은 김혜수의 행복을 빌고 있는
속내를 굳이 밝히자면
잠 못 이루는 밤이 점점 늘어만 가고
오늘처럼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도
남아도는데 몽롱한 머리로 아무리
풀어봐도 뾰족한 답이 없는 우리 집
재정 상태를 고민하느라 밤을 새느니
타자의 행복이라도 빌어주는 편이
맘 편하게 다시 잠드는 방법이란 걸
그래야 가난한 식구들 아침상이라도
차려줄 수 있다는 걸 햇수 묵어
유해진 타짜인 내가 감 잡은 거지
오늘 새벽은 김혜수지만 내일은 김혜자
내일모레는 김혜순이 될 수도 있는
이 쟁쟁한 타자들은 알량한 패만
들고있는 나와는 외사돈의 팔촌도 아니지만
그들의 행복이 촌수만큼이나 아득한 길을
돌고 돌아 어느 세월에 내게도 연결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사실 나는 이 꼭두새벽에
생판 모르는 타자의 행복을 응원하는
속없는 푼수 행세를 하며 정화수 떠놓고
새벽기도 하는 심정으로 나의 숙면과
세 식구의 행복을 간절히 빌고 비는
사십년 묵은 노력한 타짜인 거지
-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문학동네,2011)-
이 책을 읽으며 소개된 모든 시와 인용문은 적절했고 나에게도 절실히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위의 시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던건 입에 버릇처럼 달고살던 "연예인 걱정을 니가 왜 하냐"라는 말을 내 뱉던 나의 입때문이 아니었을까.
4. 총평
나는 이 책을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한번씩은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책의 레몬색에 가까운 밝은 노란색처럼, 또 펼쳐보면 알 수 있을 따뜻한 색감의 글과 종이들이 바쁜 일상에 따뜻한 울림을 전해줄 것 같다.
추천도★★★★☆
'읽어본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추천&리뷰]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_정희재 (1) | 2020.08.26 |
---|---|
[책 추천&리뷰] 부의 추월차선_언스크립티드 완결판! (1) | 2020.08.25 |
[책 추천&리뷰] 시작의 기술 (1) | 2020.08.24 |
[책 추천&리뷰] 더 해빙_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0) | 2020.08.21 |
[책 추천&리뷰]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0) | 2020.08.19 |
댓글